승강기 추락 방지하는
‘비상정지장치’그 과학적 비결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는 웬만한 재난 영화에는 한 번씩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런 영화 속 사고 장면을 떠올리며 불안과 공포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런 대재앙은 영화 속 극적 재미를 살리기 위한 과장법일뿐 현실에선 엘리베이터가 자유낙하 상태로 땅과 추돌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이는 엘리베이터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쉽다.
글 김영수(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
1853년 뉴욕 세계박람회가 한창이던 때, 수정궁 앞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웅성댔다.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플랫폼 위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를 기다렸던 것인지, 이윽고 그는 자신이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 플랫폼의 유일한 로프를 끊어버렸다.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그가 타고 있던 플랫폼은 얼마 정도 아래로 떨어지는 듯 하다가 바로 멈춰 섰다. 사람들이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쉴 때, 그는 환호에 가깝게 소리쳤다.
“여러분, 저는 무사합니다. 이 엘리베이터는 안전합니다!”
엘리베이터에 서있던 남자는 바로「OTIS」의 창립자인 엘리샤 그레이브스 오티스(Elisha Graves Otis)였고, 박람회장에서 선보인 엘리베이터는 그가 고안한 안전브레이크가 작동했기 때문에 추락하지 않았다.[1]
[그림 1] 로프를 절단하여 비상정지장치를 동작시키는 오티스
추락하는 엘리베이터는 날개가 없다?
2011년 9월, 중국 광둥성의 한 호텔에서 20명의 탑승객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19층에서 1층까지 추락했다. 사고가 난 엘리베이터의 정원은 13명. 규정된 인원을 한참 초과한 탓에 엘리베이터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액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형 사고였다.
탑승객 전원이 골절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다행인 것은 사망자가 없었다는 사실. 당시 중국 언론은 한 탑승객의 말을 빌려“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 갑자기 두 번 정도 쇠줄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난 뒤 추락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아찔한 엘리베이터 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2012년 2월 서울 강남의 고층 빌딩에서 17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모터 고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곤두박질치던 엘리베이터는 다행스럽게도 안전장치 덕에 14층에서 멈춰 섰다. 당시 탑승객은 허리와 다리를 다쳤지만 큰 부상은 피했다.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타는 부분인‘카’와 반대편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균형추가 로프로 연결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움직인다. 로프를 인위적으로 끊거나 폭파하는 경우를 빼면 추락할 확률은 적다. 영화 <스피드>에서는 폭파범이 엘리베이터 로프와 비상정지장치에 폭약을 설치하여 폭파시켰다.
[그림 2] 영화<스피드>에서 로프에 설치된 폭약이 터지는 순간
카 설정 속도 이상 되면 비상정지장치 작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프가 끊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추락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비상 시 수십 가지의 엘리베이터 안전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로프가 끊어져 카가 정해진 속도보다 30% 이상 상승하면 조속기 안전스위치가 작동돼 전원이 차단된다. 40% 이상 속도가 빨라지면 가이드레일을 직접 물어 정지시키는 비상정지장치(Safety Gear Device)가 작동한다.
카가 자유낙하 한다손 치더라도 최하층엔 충격흡수용 버퍼(유압식, 스프링식 등)가 있어 충격을 줄인다. 중국에서 발생한 엘리베이터 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시 추락하던 엘리베이터는 8층에서 1초 정도 멈춰 있다 다시 미끄러져 1층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업계 관계자는“엘리베이터는 고층을 오르내리는 수직 운송 수단이기 때문에 100%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철저한 안전테스트를 거치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기 때문에 자동차 등의 운송수단과 비교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옛 개그 유행어를 빌자면‘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얘기다.
혹여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안전할까. 영화처럼 빠른 속도로 자유낙하 한다면‘백약이 무효’하다. 영화처럼 추락까지는 아니어도 미끄러짐(slip)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머리와 허리, 무릎관절을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는 게 현명하다.
업계 관계자는“엘리베이터 구석에서 손잡이를 잡고 반기마 자세를 취한 후 머리는 살짝 숙여 충격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승강기 사고는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고 자체가 없도록 엘리베이터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2]
비상정지장치
비상정지장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전기식 엘리베이터의 카 또는 균형추가 정격속도 이상의 과속도로 하강할 때 강제적인 힘으로 가이드레일에 정지
시키는 안전장치가 비상정지장치이다. 비상정지장치의 대표적인 종류는 제동방법에 따라 <표 1>과 같이 구분한다.
▼ <표 1> 비상정지장치의 종류
즉시 작동형 카의 정격속도가 저속용인 것에 주로 사용하며, 급속히 순간 제동이 되는 구조
점차 작동형 카의 정격속도가 중·고속용인 것에 주로 사용하며, 점차적으로 서서히 제동되는 구조
비상정지장치, 어떻게 생겼을까?
● 즉시 작동형 [그림 3]
a) 가이드레일을 감싸고 있는 블록과 레일 사이에, 롤러(roller)를 물려서 카를 정지시키는 구조이거나 또는
로프에 걸리는 장력이 없어져서 로프의 처짐현상이 생겼을 때 바로 운전회로를 열고 비상정지장치를 작
동시키는 구조이어야 한다.
b) 비상정지장치에 의해 정지할 경우 카 바닥의 수평도의 변화는 5% 이내여야 한다.
c) 카의 비상정지장치가 작동하였을 때, 카에 장착된 전기적 안전장치는 비상정지장치가 작동하는 순간에
또는 그 전에 전동기의 정지를 시작하여야 한다.
[그림 3] 즉시 작동형 비상정지장치
● 점차 작동형 [그림 4]
a) 비상정지장치의 작동으로 카가 정지할 때까지 가이드 레일을 죄는 힘은 동작시 부터 정지시까지 일정한 구
조이거나 또는 처음에는 약하게, 하강함에 따라서 감해지다가 얼마 후 일정치로 도달하는 구조이어야 한다.
b) 비상정지장치에 의해 정지할 경우 카 바닥의 수평도의 변화는 5% 이내이어야 한다.
c) 비상정지장치는 좌·우 양측 모두 균등하게 작동하여 감속 정지시키는 구조이어야 한다.
d) 카 비상정지장치가 작동하였을 때, 카에 장착된 전기적 안전장치를 비상정지장치가 작동하는 순간에 또
는 그 전에 전동기의 정지를 시작하여야 한다.
또한 점차 작동형에서 중요한 설계요소는 가이드레일 죌 때 탄성을 주기 위해 U스프링이나 접시스프링을
사용하여 가이드레일과 직접 접촉하여 제동력을 발생시키는 쐐기(Wedge 또는 Gib)의 경도와 두 물체 사
이의 마찰계수이다.
[그림 4] 점차 작동형 비상정지장치
비상정지장치의 동작원리
비상정지장치는 승강체의 하강속도가 설정된 일정속도를 초과하여 과속한 경우에 작동되는 것이나 급격히 정
지시키면 타고 있는 승객이 충격으로 부상을 당할 염려가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천천히 감속하여 정
지시켜야 한다. 비상정지장치 인증기준에 의하면 평균감속도가 0.2 ~ 1.0gn 범위 내여야 한다.[3]
[그림 6]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비상정지장치는 카의 하부에 위치하는 플랫폼(바닥판)을 지지하는 하부체대의
양 끝단에 쌍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링크 장치로 상호 연결되어 있어 조속기에 의해 동시 동작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비상정지장치는 [그림 6]의 사진과 같으며 각 부품의 명칭은 회사마다 동일하지는 않지
만 주로 프레임, U자형 스프링, 조우(Jaw), 조우 핀, 지브 가이드, 롤러, 키퍼, 쐐기 등으로 구성된다.
가이드레일과 일정 간격을 두고 오가는 비상정지장치는 조속기와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조속기 와이어로
프 인장력에 의해 동작된다.
[그림 5] 비상정지장치의 평균감속도 곡선
[그림 6] 비상정지장치의 구조 [그림 6-1] 비상정지장치의 세부구조
비상정지장치의 각 부분별 성능
비상정지장치의 각 부분별 동작성능은 <표 2>에 적합하여야 한다.[4]
▼ <표 2> 비상정지장치의 성능
종류 항목 성능기준
즉시 작동형 블 록 기공 및 균열 등의 결함이 없어야 하며, 경도는 신청인이 제시한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점차 작동형 U스프링 기공 및 균열 등의 결함이 없어야 하며, 스프링상수는 신청인이 제시한 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
쐐기의 경도 신청인이 제시한 값 이상이어야 한다.
평균 감속도 0.2~1.0g 범위 이내이어야 한다.
더블데크 엘리베이터에 장착하는 DUPLEX 비상정지장치(미쓰비시 엘리베이터)
무거운 중량의 엘리베이터 비상정지장치는 싱글 타입보다는 더블 타입의 비상정지장치를 장착하게 된다.
특히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는 두 배의 승객, 균형추, 두 개의 카 등의 무게가 수직으로 높은 승강로에 설치되어
어 강력한 제동능력을 가진 비상정지장치를 필요하게 되었다. 미쓰비시 엘리베이터에서는 기존의 승강기보다
50% 정도 향상된 능력의 제동능력을 가진 DUPLEX 비상정지장치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림 7]에서와 같이
듀플렉스 비상정지장치(Duplex Safety Gear)를 개발하여 설치하였으며, 상하로 설치된 이중의 비상정지장치
가 서로 링크되어 동시에 동작하게 되어있다. 하부의 조우(Jaw)는 카가 비상정지 시 발생하는 충격에서 레일
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게 된다.
[그림 7] 듀플렉스 비상정지장치
DUPLEX 비상정지장치의 테스트 어떻게 할까
DUPLEX 비상정지장치는 일본엘리베이터협회에서 규정하는 표준에 따라 시험하였으며 [그림 8] (a)와 같이 속
도 540m/min보다 25% 향상된 675m/min 속도에서 적재하중 18000㎏으로 시험하였다. DUPLEX 비상정지
장치는 규정에서 요구하는 정지거리 이내인 9m 정도의 슬립(slip)으로 완벽하게 정지하였다. [그림 8] (b)에서
는 속도675m/min에서의 적재하중 9000㎏을 실고 싱글 카에 대한 시험결과이다. 그림에서와 같이 DUPLEX
비상정지장치는 싱글 비상정지장치보다 두 배 정도의 하중에서도 강력한 정지능력을 보여주고 있다.[5]
[그림 8] 675m/min에서의 비상정지장치 시험결과
참고문헌
[1] http://blog.naver.com/kimmblog?Redirect=Log&logNo=10147803981, 생각을‘수직이동’시킨 엘레베이터 엔지니어, 엘리샤 오티스, 2012.9.17
[2] 인터넷기사 , 20명 탄 엘리베이터, 19층에서 추락후 자유낙하? 머니투데이 (2013.09.21)
[3] 비상정지장치 제동거동의 기초 연구, 2012 한국승강기대학 교내논문집 정경택 외 2인
[4] 전기식엘리베이터 검사기준, 9.8 비상정지장치
[5] Mitsubishi Electric ADVANCE TECHNICAL REPORTS 1999.12
'지난호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위를 누비는 승강기 (0) | 2014.01.08 |
---|---|
힘 내는 한국 승강기, 해외에서 활로 찾다! (0) | 2014.01.08 |
엄지원 (0) | 2013.12.31 |
승강기업계 2013 HOT ISSUE (0) | 2013.12.30 |
송년사 (0) | 2013.12.30 |
내 삶의 무게중심 찾기 (0) | 2013.11.18 |
2013 독일인터리프트 한국 홍보관 성료 (0) | 2013.11.18 |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인테리어 문양으로 현실화! DMD센터 (1) | 2013.10.31 |
주택관리공단 이봉형 사장 (0) | 2013.10.31 |
수애 (0) | 2013.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