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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

 

눈물의 여신에서

강한 여자 캐릭터로

방점을 찍다!

수  애

 

촘촘히 속이 꽉 찬 사람의 단단함이 첫 대면에서 느껴졌다. ‘드레 수애’라는 인상적인 닉네임이 생겼을 정도로 드레스를 입었을 때의 우아한 매력과 단아한 고전미 때문에 곧 잘 여신으로 불리지만 사실 15년차 배우인 수애(33)가 충무로와 안방극장을 평정하며 대한민국 톱 여배우로 오랜 시간을 지내올 수 있게 된 데는 그의 탄탄한 연기력이 가장
큰 몫을 했다.

글 모신정(한국아이닷컴 기자)

 

고생길 훤한 재난 영화 택한 이유
흥행작이 쏟아졌던 올 여름 극장가에서 영화‘감기’가 30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할 수 있었던 데는 그 흔한 연기력 논란 하나 없이 해마다 한두 편 이상의 작품을 내놓으며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킨 성실한 여배우 수애를 향한 관객들
의 신뢰감이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영화‘감기’에서 치사율 100%의 신종 바이러스에 걸린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감염 내과의 인해 역을 맡아 강한 모성애 연기를 펼친 수애. 수애는 여배우가 더욱 돋보일 수 있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영화가 아닌 고생길이 훤히 열려 있는 재난 영화라는 장르를 택한 이유부터 털어 놓았다.
“여러 작품에서 주인공을 연기했고 얻는 것도 많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인물이 주인공이 아닌 상황이 주인공인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 속에서도 그 안의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다양한
모습에 관심이 갔죠. 특히 배우들의 협업이 중요했던 장르인 만큼 그 안에서 어울려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호기심이 컸어요. 예상대로 어떤 현장보다 즐겁고 끈끈하게 작업했습니다.”


예능 대세 장혁과의 즐거운 작업
작품에서 함께 호흡했던 장혁이 화제에 오르자 대번에 입가에 미소부터 지어졌다. 뛰고 구르고 내팽개쳐지기도 해야 했던 험난했던 현장이었지만 함께 했던 동료 배우들과의 밀도 높은 호흡 덕분에 즐거운 기억만 남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어느 날 유해진 오빠가 분석을 하시더라고요. 장혁 오빠가 하루에 꼭 빠뜨리지 않고 화제에 올리는 주제가 세 가지가 있다고요. 바로 절권도 이야기와 군대 이야기, 그리고‘화산고’에 대한 이야기였죠. 장혁 오빠는 정말 말이 많았어
요. 해진 오빠가 목소리가 커서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장혁 오빠가 수다왕이었죠. 또 노래하는 것도 무척 즐기는데 단 장비가 다 갖춰져 있는 곳이어야 해요.(웃음)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의 집중력이나 진지한 모습은 제가 얘기 안 드려도 다 아실 것 같고요. 요즘에는 자신이 예능 대세로 인정받는 것 같다며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쑥스럽던 촬영장이 즐기는 현장으로
어느덧 데뷔 15년차를 지나는 관록의 여배우 대열에 서게 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매번 상대 배우 운이 좋았고 출연작들의 흥행 성패와 상관없이 만족감도 크다고 느끼는 편이다.
“배우가 작품의 흥행 여부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을 근래 들어서야 느끼게 됐어요. 예전에는 저 스스로가 자부심을 느끼는 걸로 만족했죠. 사실 주연 배우라면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기에 이제는 흥행 욕심도 제법 내게 됐어요.
‘가족’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시작한 영화였고 ‘나의 결혼 원정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하면서 아무 의지할 데 없이 버텨야 했었죠. ‘님은 먼곳에’가 제 터닝포인트였어요. 처음으로 즐기면서 촬영에 임하는 게 뭔지 알게 됐죠. 그 때는 쑥스러움도 많이 타서 밥도 차에 타서 혼자 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참 많이 변했죠.”

 

욕심 나는 로맨틱 코미디, 상대역은 비밀~
매 작품마다 느꼈던 소감과 상대 배우에 대한 고마움, 특별히 교류했던 제작진을 늘어놓는 것을 보니 작품을 향한 그의 사랑이 간단치 않았음이 느껴졌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제작자인 김미희 대표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고 동갑내기 조승우와의 호흡으로 긴장보다는 즐거움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던 영화라고 했다. ‘심야의 FM’때 만났던 유지태와의 만남은 그에게 작지 않은 울림을 남겼다.
“사실 스릴러 장르에 첫 도전이었기에 상당히 긴장을 했었거든요. 저 혼자만의 도전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첫 리딩날 그 좁은 공간에서 유지태 선배가 감정을 100% 살려 연기하는 거예요. 지태 선배가 제 딸을 유괴한 유괴범 역할이었는데 막상 서로 붙는 장면은 많지 않았어요. 리딩 현장에서 충분히 차갑고 무서운 기운이 전달되도록 연기를 해주시는데 정말 고마웠죠. 나중에 제가 그 기억을 살려서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셨어요.”
한 때‘눈물’을 빼놓고는 이야기되기 힘들었던 수애는 15년의 시간이 흘러 안방극장 시청자를 벌벌 떨게 할 정도로 서슬 퍼런‘악녀’캐릭터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정도로 차근차근 연기자의 외길을 걸었다. 드라마‘야왕’과 영화‘감기’로 강한 여자의 방점을 찍은 것 같다는 그는 이제야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할 의욕이 생긴다고 했다.
“어릴 때 롤모델이 조디 포스터와 장만옥이었어요. 외모로는 어딘가 가냘퍼 보이지만 또 굉장히 강단이 있잖아요. 제가 외유내강 형의 여성들을 많이 연기하게 된 건 아마 그 탓도 있을 거예요. 그동안 도전하기 주저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대한 욕심이 최근 생겼어요. 함께 하고 싶은 남자 연기자는 저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