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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웃과 덕담 주고받기!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나눈 새해 소망

아파트 이웃과 덕담 주고받기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나눈 새해 소망

 

    

늘 그렇지만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은 기대와 설렘으로 사람을 들뜨게 한다. 다가오는 새해를 고대하며 지난 연말 기분 좋은 실험을 하나 진행하였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새해 덕담 나누기’가 그것이다. 12월 1일부터 7일까지‘엘리베이터에서 덕담 편지 쓰기’실험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따뜻한 순간을 기록했다.


제민주(ELESTOR 시민기자)

 

실험과 동시에 호응, 좋은 시작
엘리베이터 내에서 주고받는 인사는 대개 3마디 이상을 넘어가기 어렵다. 반상회를 통해 얼굴을 익힌 주부들이면 모를까, 대개“안녕하세요.”“아, 네. 집에 들어가시는 길인가 봐요.”그리고는 이내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로 인사가 끝이 난다.
아파트가 각 개인의 공간으로 이뤄졌지만 엄연히 따지면 하나의 큰 건물을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 터, 새해에는 좀 더 다정다감한 이웃사이를 만들어보고자 필자가 용기 있게 덕담 편지지를 엘리베이터에 부착했다.
편지지를 붙이던 순간, 한 주민을 만날 수 있었는데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흔쾌히 스타트를 끊어 주었다. 시작이 좋았다. “호수도 진짜 적어요? 쑥스러운데…”라고 말하면서도 미소로 참여해 주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7일간 펼쳐질 이 실험이 더욱 기대되었다.

 

비뚤배뚤 글씨 속에 묻어나는 훈훈함
종이를 붙인 다음날 저녁, 5줄의 인사가 적혀 있었다. 기대 이상의 적극적인 반응이다. 첫 날 스타트를 끊어준 아주머니 덕분인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빠, 내년에는 꼭 장가갔으면 좋겠어”라고 적은 어느 여동생의 글과“시끄러운 우리 집 불만 없이 참아주시는 아래, 위층 분들 항상 감사해요”라는 글 등 재치 있는 덕담들이 오고갔다.

요즘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 정은 커녕 싸우지 않으면 다행인 분위기 속에서 먼저 이웃을 향한 감사의 인사를 건넨 어느 이웃의 글은 훈훈함 그 자체였다. 주민들이 적어놓은 덕담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나 역시 그들과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신기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엘리베이터 안에 종이를 부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경비아저씨에게 음료 한 병을 들고 찾아뵈었다. “아저씨, 덕담종이에 적힌 인사들 읽어보셨어요?”“순찰할 때 잠깐 타서 봤어요. 여기 일하면서 엘리베이터 안에 이런 종이 붙은 건 처음 봐요. 허허. 나 같으면 어색해서 읽기만 하고 내릴 텐데…”“주민들의 이런 모습 보시니까 어떠세요?” “아이고, 좋죠. 마음이 따뜻해지죠. 한결 친근해진 것 같고요.”

 

하나의 건물에 모여 사는 우리, 이제 인사해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대학생과도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갈 때 학생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내가 먼저 종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학생도 덩달아 글을 읽는 듯 했지만 내가 있어서 그런지 펜을 들진 않았다. 할 수 없이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몇 층 사세요? 저는 000호에요. 여기 새해 인사 적으셨어요? 이웃 간에 인사해보면 좋을 것 같아 제가 붙였어요. 덕담 한마디 남겨주시면 좋겠는데.”
당황한 듯 했지만 학생은 곧 펜을 들어 주었다. 골똘히 쓸 말을 생각하는 모습도 허락을 구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이렇게 인사말을 적어보니 어떠냐고 물어봤다.
“사실은 저도 여기에 글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월요일에 읽었는데 그땐 뭐라고 써야할지 몰라서 그냥‘다음에 써야지’했어요. 2014년이 말띠 해인 건 모르고 있었는데 여기 적힌 것 보고 알았네요. 이런 덕담편지 되게 신선하네요.”
질문 몇 개 던졌을 뿐인데 청산유수처럼 술술 대답해주는 대학생, 남동생처럼 편안하게 대했더니 그 학생도 여유 있게 대답해주었다.
우리네 이웃과의 대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실 먼저 말을 걸지 않아서 잘 몰랐을 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작은 안부라도 먼저 건넨다면 엘리베이터 안은 삭막함이 아닌 수다스러움으로 가득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 아파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 사이 아니던가.
빌라에 사는 내가 이 실험을 위해 친척집 아파트를 제 집 드나들듯 왕래하면서 새로운 아파트 이웃을 선물 받았다. 이 실험 덕분에 2014년 내내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