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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피트는 어디에? <쓰리데이즈 투 킬>

 

승강기에서 펼치는 멋진 활약,

그러나 엘리베이터 피트는 어디에?

쓰리데이즈 투 킬

3Days to Kill

 

이번 호에서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엘리베이터 장면이 영화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액션영화를 하나 소개해 보고자 한다. 4월에 개봉했지만 변변찮은 성적으로 영화관에서 슬그머니 막을 내린 쓰리데이즈 투 킬(3Days to Kill , 2014)이 오늘의 메뉴다.

 

■ 글 / 이동희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서울동부지원장)
■ 사진 및 자료 / 네이버영화

 

 

영원한 보디가드, ‘케빈 코스트너’

케빈 코스트너는 휘트니 휴스턴과 함께 찍은 「보디가드(The Bodyguard, 1992)」로 우리들에게 깊게 각인된 배우다. 전작의 후광이 너무 크다 보니 그 이후의 작품들에서 그다지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워터월드 시리즈를 통해 이미지만 구기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노병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다시 액션스타로의 재기를 꿈꾸며 돌아온 케빈 코스트너, 그의 연기가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다.


비밀요원 에단 러너(케빈 코스트너 분)은 뇌종양으로 3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가족들에게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가족들과는 너무 떨어져 지냈기에 이미 많이 껄끄러운 사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애쓰는 그에게 치료 시약을 미끼로 마지막 미션을 요구하는 미스터리한 비비 딜레이(엠버 허드 분), 치료가 될 수 있는 시약이라는 유혹을 저버릴 수 없는 그는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맡고야 만다.

 

 

 

승강기에 대한 다양한 볼거리, ‘True’ or ‘False’

이 영화에서 나오는 엘리베이터 장면은 사실적이지 않아 더 논란거리가 된다. 엘리베이터는 도어가 열린 상태로 움직일 수 없는데 버젓이 그러한 장면이 나온다. 승강장 도어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니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하지만 승강장도어는 쉽게 열수도 없거니와 열려있음을 감지하는 도어 스위치가 있어 문이 열린 상태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운행될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실제로 영화와 같은 끔찍한 장면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 [False]


엘리베이터 안에서 비상키를 눌러 멈춘 뒤 팔에 치료시약을 맞는 장면이 있다. 예전에는 카 내부에 노출된 비상정지 스위치가 있었으나 요즘에는 거의 설치하지 않는 추세다. - [True]


엘리베이터를 타고 탈출하는 울프(악당: 리처드 새멀 분)를 잡기 위해 로프를 총으로 쏘아 끊어버리고 엘리베이터를 떨어뜨리는 에단, 비상정지장치 물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기가 막히게 최하층에 맞추어 선 엘리베이터. - [False]


추락한 엘리베이터(실제는 그러한 장면이 나올 수 없지만)에서 나오는 악당을 간단히 제압. 끝~(개콘 버전). 미션 성공! 비상정지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영화에서처럼 로프가 끊어진다면 카는 피트까지 추락한다. 영화에서처럼 정확히 최하층에 정지되는 것이 아니고 그 아래의 공간 피트까지 떨어지며 완충기에 부딪혀 카가 부서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최하층 아래에는 피트라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 완충기가 설치되어 있고, 피트에서는 점검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5.7.3. 피트’ 검사기준을 잠깐 살펴보면…

5.7.3.1 승강로 하부는 피트로 구성되어야 하고, 피트 바닥은 완충기, 가이드 레일 기초 및 배수장치를 위한 부분을 제외하고 매끄럽고 평탄하여야 한다. (이하생략)
→ 피트 깊이가 2.5m를 초과하는 경우에 피트 출입문이 설치되어야 한다.
→ 카가 압축된 완충기 위에 있을 때에 충분한 피난 공간이 있어야 한다.(기준 요약)
영화에서는 마치 피트가 없이 바닥으로 표현되었지만 진실은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니까, 다양한 엘리베이터 장면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즐기기 바란다.

 

 

인상적인 마스크, 엠버 허드

미스터리한 CIA요원 비비 딜레이 역을 맡은 엠버 허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조니 뎁의 연인으로 더 유명하지만 나름대로 모델과 영화 일을 병행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순수에서 팜므파탈, 섹시한 이미지까지 두루 표현하며 차세대 섹시 여배우의 한 축을 담당할 만한 가능성을 비춰준다.

 

 

소통하는 법, 먼저 다가가기


딸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화해를 시도하는 에단의 모습은 소통의 부재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가슴 찐한 감동을 준다. 딸이 없는 필자는 마냥 부러울 뿐이다. 자녀와의 대화가 소원해져 있다면 대화를 시도해 보자. 비법은 먼저 다가가기! 클럽에서 놀다가 불량배들에게 곤경을 당할 위기에 있던 딸을 구해서 안고 나오는 케빈 코스트너의 모습은 보디가드의 오마주(hommage)다.


딸이 자전거를 못 타는지도 모르며 타라고 강권하는 아버지, ‘아버지가 없어서 배우지 못했다’는 딸의 일갈에 바쁨으로 미쳐 가르쳐 주지 못했던 자전거타기를 딸에게 가르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아닌가 싶다. 소통의 달인이 되는 법은 ‘먼저 다가가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