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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비상구출 시스템 개발업체 성암전기








예고 없는 정전이 발생하면 운행하던 엘리베이터가 건물의

층간에 갑작스럽게 멈추게 되고,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탑

승자는 그 안에 갇히게 된다. 엘리베이터는 건물의 상하를

움직이는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건물의 층간에 멈추게 되면

탑승자는 꼼짝없이 갇히고 마는 것이다.

이 같이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정전 비상구출 시스템 ARD

system 이 설치되어 있다면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전으로 인해 운행하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 섰을 때 비상전원을 가동시켜 안전하게 탑승객을 구출

할 수 있는 장치‘정전 비상구출 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성암전기대표이사 이용규 이다.










사장실 없이 직원들과 함께 근무


지난 2011년 9월 15일 전력 사용 예측량을 초과한 과다한 전력사용으로 대정전 사태가 발생하였다. 대단위 정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아파트 단지는 엘리베이터가운행 도중 갑자기 멈춰 서 곳곳에서 갇힘 사고가 발생해 큰 혼란을 빚었다. 엘리베이터가 운행도중 건물의 층간에 멈추더라도 추락 등 사고위험은 없지만 사방이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큰 공포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의 아파트형 공장에 위치하고있는 성암전기는 이용규 대표를 비롯한 직원 12명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지만 승강기용 비상구출 장치를 개발·생산해지난 2011년 기준 매출액이 37억 원에 달하는 강소기업으로 국내 승강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용규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와 같은 대학대학원 출신으로 옛 금성사 엘리베이터 개발부장을 지냈다.이 대표는 자신이 직접 성암전기라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큰 욕심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는 자신에 대해“다른 사람들에 비해 숫기도 없고, 남들한테나서는 것도 싫어해 흔히들 말하는 사업가 체질은 아니지만그냥 밥이나 먹고 살려고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말한다.실제로 성암전기는 사무실과 공장이 붙어있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사장실도 따로 없다. <ELESTOR> 취재진이 성암전기를 찾은 이 날도 이용규 대표는 대표이사 명판도 없이 일반 직원들과 똑같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서류 결재와 제품 설계에 몰두하고 있었다.






 






금성사 엘리베이터 개발부장 출신


이용규 대표는 승강기 비상구출 장치를 개발하게 된 계기에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옛 금성사 시절 자신의 아들이 3~4살쯤 되었을 무렵 엘리베이터 버튼도 제대로 누를 수 없는데도재미삼아 승강기를 타고 8층에서 1층으로 오르내리다가 갇힘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이가 갇힘 사고 이후 공포심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1층에서 8층까지 걸어 다니는것을 보고 정전 시 승강기 비상구출 장치 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이후 이 대표는 금성사의 엘리베이터 개발부장을 그만 두고 다른 회사로 옮겨 이사로 근무하다, 지난 1994년 맨주먹으로 부인과 단둘이서 15평 남짓 되는 건물의 지하에서 연구·개발하여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는 제품 개발과 설계를 담당하고, 부인이 직접 제품을 조립하고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 대표는“금성사 엘리베이터 개발부장으로 있었지만 제어기술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어 자존심이 매우 상했다”며“자체적으로 제어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집사람과 둘이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처음에는 주요 생산품목이 엘리베이터 정전 때 카 내에 희미하게 불을 밝혀주는 비상전원 장치로 주문제작 방식이었다.이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던 시기는 때마침 일본에서도 정전시 자동구출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였고, 우리나라 엘리베이터도 본격적인 수출 길에 오르는 시점이었다. 금성사에서 LG로 회사명을 변경한 LG엘리베이터에서는 이 대표에게 ARD 시스템 개발을 의뢰해 왔고, 이는실제적인 지금 사업의 모티브가 됐다.









수출용 엘리베이터 필수 장치


이렇게 출발한 성암전기는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들의 ARD시스템에 대한 주문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성남에 아파트형 공장과 사무실을 마련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암전기에서 개발한 ARD 시스템은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사업초기에 비해 성능 등 모든 면에서 크게 발전했지만 아직국내 엘리베이터업계에서는 비상구출 장치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편이다. ARD 시스템은 동남아와 중동지역에서는 필수적인 기능으로 법령상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ARD 시스템이 적용되는 곳으로 병원, 지하철, 대형마트 등 공공성 승강기에 제한되어 있다. 그 이유는 전력사정이 양호해 정전 때문에 갇힘 사고 경험이 많지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년 전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사고와 잦은 폭우, 강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정전사고와 전력부족으로 인한 동시다발적 승강기 갇힘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엘리베이터 ARD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점차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초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성암전기의 ARD 시스템은 거의 대부분 수출용 엘리베이터에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성암전기에서 개발·생산한엘리베이터 ARD 시스템은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오티스,쉰들러 등 국내외 유명 엘리베이터 업체의 수출용 승강기에독점적으로 납품되다시피 한다.


정전사태가 발생하면 엘리베이터에서는 광범위한 갇힘 사고발생이 불가피하다. 기계적인 결함으로 인한 갇힘 사고는 1대의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하지만 정전으로 인한 갇힘 사고는 적게는 아파트 한 단지와 한 건물에서부터 한 지역 전체의 엘리베이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이러한 경우에는구출인력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승강로 안에 갇혀있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성암전기 이용규 대표는“ARD 시스템은 자주 동작하지는 않지만 정전 때에는 반드시 동작해야 탑승객을 안전하게구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하지만 국내의 경우 일반 엘리베이터의 ARD 시스템 설치는100대 중 1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영업보다 기술개발에 혼신의 노력


이 대표는 기업경영에 있어 자신의 스타일을 우직스럽게 고집한다. 그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업체를 찾아다니며 성암전기 제품을 사용해 달라고 매달려 본 적이 없다. 이 같은 경영 스타일에 대해 이 대표는 성격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만큼 자신의 기술과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는 최고의 ARD 시스템에 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잠시도 새로운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제어공학과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교수들과 중견 연구원, 대학원생들과 함께 외부 연구그룹을 결성해 5년이상 매주 한 차례씩 만나 기술세미나 등을 개최해 기술과 정보교류를 하고 있다.


이용규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할 수있다는 게 행복이라고.그는 앞으로도 ARD 시스템이 일반화되어 정전으로 인한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 개발을 계속할것이며, 이후에는 전기에 대한 환경이 바뀌는 만큼 휠체어와자전거, 스쿠터 등 전기를 연료로 하는 소형 운송수단 기술 개발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그 꿈들이 이루어져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