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맞으러 떠나는 花사한 외출
수도권 수목원 나들이
봄이 깊어가고 있다. 대지가 연초록으로 싱그러운 이즈음이면 어딜 가나 푸른 숲과 꽃을 만날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 모처럼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꽃과 나비, 곤충, 나무그늘이 있는 수목원을 추천한다. 수목원은 철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봄기운을 잔뜩 머금은 식물원은 5월이 가장 아름답다. 수목원은 거개가 오솔길과 쉼터, 벤치, 원두막, 매점 같은 편의시설을 두고 있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고 그 자체가 거대한 자연학습장이다. 도시인들에게 수목원은 자연이 주는 명상 센터다. 글 김초록(여행작가)
꽃들의 정원, 벽초지문화수목원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문화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색다른 공간이다. ‘꽃·나무·땅, 그리고 물과 어울린 터’라는 뜻의 벽초지(碧草池)는 여느 식물원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다. 모두 1400여 종의 식물을 갖추고 있으며 풀 하나 꽃 하나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벼루의 원료로 알려진, 흑오석으로 지은 정문을 들어서면 물을 뿜어 올리는 분수대와 형형색색의 허브들이 자라는 중앙광장이 반긴다. 주제정원인 퀸스가든(여왕의 정원)부터 둘러본다. 동양과 서양의 꽃들이 서로 질세라 화려함을 맘껏 뽐내는 곳이다. 보라·아이보리·꽃분홍·노랑 등등 앙증맞은 꽃밭 가운데 있노라면 저 유럽의 어느 정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요즘엔 튤립이 만개해 정원 전체를 화사하게 꾸며놓고 있다. 퀸스가든을 둘러보고 숲길을 따라가면 잎과 꽃에 무늬가 있는 ‘무늬원’이 나오고, 곧바로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호수(벽초지)가 나타난다. 수목원 한가운데 자리한 호수 둘레로는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버들을 비롯해 부채붓꽃, 미나리아재비, 동의나물, 수련 등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그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호수는 비록 인공적으로 만들었지만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자아낸다. 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정자(파련정)도 멋스럽고 호수 가장자리에는 한 척의 배를 띄워 놓아 운치를 자아낸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파련정에 앉아 깊어가는 봄을 즐기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곳곳에 마련된 숲길(단풍 터널 길, 주목 터널 길, 버드나무 길)은 청량하다. 특히 잘 가꾼 아치형 나무 터널인 주목 터널 길은 연인들이 좋아하는 천상의 산책 코스다. 하늘로 쭉쭉 뻗은 70m 길이의 주목 터널을 걷노라면 마치 동화 속 세상으로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목원 곳곳에는 오솔길과 벤치가 놓여 있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천국의 광장(Heaven’s Square)도 있다. 수목원 가장 안쪽으로 가면 동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여신들, 포도를 따 먹는 어린 아이의 조각상 등이 전시된 서양식 정원을 볼 수 있다.
벽초지는 각종 드라마·CF·영화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꽃보다 남자><뿌리 깊은 나무><시티헌터><주군의 태양><하이드 지킬, 나>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으며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도 많이 찾고 있다. 가든 한쪽에는 부모와 아이들이 참여해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방도 마련돼 있다. 허브비누 만들기와 곤충, 도자기,황토 염색 체험 같은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한다. 사진 작품을 전시한 아트 갤러리와 허브차와 아이스크림, 허브 돈까스, 새싹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들어서 있다.
■ 홈페이지: www.bcj.co.kr
■ 관람시간: 9시부터 일몰 때까지
■ 관람료: 어른 7천원, 중고생 6000원, 어린이 5000원
■ 문의: 031-957-2004
■ 주변 볼거리: 임진각, 두지리 나루터, 프로방스, 반구정, 심학산 등
■ 가는 길: 자가운전 서울-자유로(통일동산 방향)-문발 IC(광탄/금촌)-광탄삼거리(시장)-벽초지수목원, 구파발(통일로)-삼송리검문소-통일로 대자삼거리-39번 도로(의정부 방향)-고양동삼거리(광탄, 서울시립묘지 방향)-보광사-창만사거리(양주 방향)-벽초지 수목원. / 대중교통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31, 33, 703번 버스 타고 광탄시장에서 내려 마을버스(100-71, 100-15, 15번) 이용.
도심 속 오아시스, 서울 창포원
산세 수려한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들어선,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창포원은 붓꽃원, 늘푸름원, 약용식물원, 억새원, 넓은잎목원, 초화원, 산림생태관찰원 등 모두 12개의 테마로 구성돼 있다. 그 중에서도 붓꽃원과 약용식물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붓꽃원에는 노랑꽃창포, 부처붓꽃, 타레붓꽃, 범부채 등 ‘붓’ 모양의 붓꽃류 130여 종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으며 국내에서 자생하는 약용식물 대부분을 한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약용식물원은 십전대보탕식물원, 쌍화탕식물원, 아로마테라피식물원, 강정강장자원식물원으로 구분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습지원은 습지식물 7만본이 식재돼 있으며 각종 수생식물과 습지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관찰 데크가 마련돼 있다. 초화원에는 꽃나리, 튤립 등 화려한 꽃들이 계절별로 피어난다.
특히 이 식물원의 얼굴이랄 수 있는 붓꽃은 세계 4대 꽃 중의 하나로 보랏빛 꽃송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한복 곱게 차려 입은 아리따운 여인을 보는 것 같다. 붓꽃은 서양에서는 아이리스(무지개를 타고 내려왔다는 여신의 이름)라고 부르는데 청초하고 고결한 모습은 언제 봐도 고혹적이다. 꽃봉오리가 먹물을 머금은 붓과 같다고 해서 붓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산림청이 희귀식물로 지정한 보호대상종으로 단옷날,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예뻐지고 무병장수한다는 얘기가 있다.
창포는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해 6월까지 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두 꽃 외에도 온갖 봄꽃들이 그 고혹적인 얼굴을 뽐내고 있는데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도 꽃물이 들 지경이다. 창포원(http://parks.seoul.go.kr/irisgarden)주위로는 아파트와 산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어 자연과 인공의 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이곳에 자라는 식물들은 매연에 찌든 서울 사람들에게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청량함을 선사한다. 해서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방문자센터를 둘러보고 잘 단장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꽃과 나무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보랏빛과 노란빛, 그리고 자줏빛이 조화를 뽐내는 자생붓꽃원을 지나면 시원한 분수 옆으로 나무데크길이 나오고 이 길을 따라가면 책 읽는 언덕과 만난다. 청푸른 소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커다란 꽃잎이 인상적인 작약이며 꽃의 모양이 매의 발톱처럼 생긴 매발톱꽃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기에 저마다 특색을 자랑하는 맥문동, 범부채 등등 갖가지 꽃과 식물들이 향기를 퍼트린다. 주제정원을 차례대로 돌아보노라면 한창 물오른 조팝나무, 사철나무, 화살나무, 갯버들, 느티나무 같은 다양한 식물들도 볼 수 있다.
■ 입장료: 무료
■ 개관시간: 오전 5시~오후 10시
꽃구경을 끝내고 도봉산역에서 시작하는 서울 둘레길도 걸어 볼만하다. 수락산자락을 통과해 태릉까지 이어지며 코스 주변으로 당고개역, 상계역, 화랑대역 등 지하철역이 가깝다. 도봉산역-서울창포원-덕릉고개-넓은마당-경수사-성관사-넓적바위-학도암-태릉-화랑대역까지 14.3㎞를 걷게 되며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완주한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걷길 권한다.
■ 주변 볼거리: 태릉, 홍릉, 도봉산 등
■ 가는 길: 전철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1호선, 7호선 도봉산역 2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다. 버스(지선, 간선, 광역, 순환): 파란색 100, 106, 107, 108, 140, 150, 160, 710번, 초록색 1118, 1151번, 초록색 마을버스 도봉 09번 이용. 서울창포원에는 주차장이 없으므로 차량 이용 시 도봉산역 건너편 환승주차장(유료)에 주차 후 입장해야 한다.
■ 문의: 서울창포원 관리사무소 02-954-0031
희귀식물의 보고, 황학산수목원
여주시 매룡리(여주시내에서 3km)에 들어선 황학산수목원은 보기 드물게 시에서 운영하는 공립수목원이다. 황학산(해발 175미터)은 정상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야산이다. 그렇지만 시내에서 가깝고 주변에 볼거리가 많아 의외로 찾는 사람이 많다. 수목원 안에는 산림욕장도 있어 삼림욕과 수목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잔디정원, 연구용온실, 재배용 하우스 등 연구 생산시설을 비롯해 산열매원, 산야초원, 채원, 습지원, 풀향기 정원, 석정원, 양화소록원, 남한강변에 자생하는 식물로 구성한 강돌정원, 여주 특산물인 도자기를 활용한 항아리정원, 측백나무로 꾸민 미로원 등 14개 주제별로 꾸며놓았다. 방향성 식물인 섬백리향, 꽃향유, 배초향, 계수나무 등을 식재한 풀향기정원은 단연 인기다. 식물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강희안의 저서 『양화소록(원예서)-1474년』에 소개된 소나무, 모란, 석류, 치자 등을 전시한 양화소록원과 작은 연못과 산비탈에 크고 작은 암석을 고산식물과 함께 전시한 석정원도 눈길을 끈다. 황학산수목원은 단양쑥부쟁이, 섬개야광나무, 가시오갈피나무, 개느삼, 깽깽이풀, 대청부채, 둥근잎꿩의비름, 망개나무, 산작약, 삼백초, 섬시호, 섬현삼, 죽절초, 층층둥글레, 황근, 히어리 등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이 자생할 수 있도록 만든 게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소풍 겸 자연학습을 위해 많이 찾는다.
수목원 광장에서 야생화전시원을 지나 황학산 정상에 오르면 여주시내가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팔각정)가 있다. 정상에서 매룡리 방향이나 능현리 약수터 또는 삼양목재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약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된다.
■ 관람시간: 오전9시부터 오후6시. 월요일은 휴관
■ 입장료: 무료
■ 문의: 031-887-2741-5
수목원을 둘러보고 남한강변 신륵사 주변에서 열리는 제27회 여주도자기축제(4월 24일-5월 16일)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도자천년, 물결따라 행복여행’이란 주제로 여주지역 70여개 도자업체가 참여한다. 축제 기간 동안 도자기를 마음껏 깨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전국도자접시깨기대회도 매일 열리며 여주 도예 명장, 중요무형문화재 옹기장·사기장·목각장 등이 만든 각종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 다양한 도자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 주변 볼거리: 영릉, 명성황후 생가, 영월루, 목아박물관, 신세계 아울렛 등
■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명성황후 생가 입구-강변유원지 방향-수목원. 여주버스터미널 맞은편에서 51-6번 시내버스가 명성황후 생가를 경유, 수목원(종점)까지 운행한다. 여주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북내, 신륵사 방면(여양로)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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