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보수 업체의 양적 증대,
안전에는 유익한 것일까?
승강기 제조회사 외에도 여러 승강기 유지보수 용역업체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주택 관리업체도 승강기 보수업체를 개업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다다익선이라고 했던가? 승강기 보수 업체가 늘어나면 승강기의 안전은 그 만큼 확보될 수 있을까?
■ 글 / 장현식 (현 공동주택관리사/ 「머리철새의 울음소리」, 「머리철새 둥지를 틀다」 저자)
매월 만나는 친목계원들과 저녁 식사를 할 때 오가는 대화 속에서 신경이 쓰이는 소식을 들었다. 몇 년 전 주택법 중 시행규칙이 몇 개의 조항이 바뀌고 보완되면서 ‘주택관리업자 선정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발효 시행되게 되었는데 그 내용 중 업체 선정 방법에서 공개 경쟁입찰에 선정기준을 최저가로 해놓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주택 관리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1988년도에 공동주택 위탁수수료가 평당 30원, 부가세 포함 33원으로 상식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평당 1원으로라도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기업 지탱을 위해 주택 관리업체는 청소, 소독, 재활용 수거, 저수조 청소 등 타 업종까지 수주하게 되고 여기에 ‘승강기 보수용역’까지 영역을 넓히게 되는 데 문제가 있다.
1995년부터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승강기 검사 업무를 시작하였는데 그 때는 초창기라 각 공동주택 승강기 안전검사 요원이 없어 각 제품의 회사 직원이 검사를 했었다. 그러나 관리 책임자의 입장에서는 전문성이 있는 그들이었기에 1대당 얼마의 검사 수수료를 납부하고 검사를 받아도 안심이 되는 것은 있었다.
현존하는 승강기 제조회사 말고도 제3의 승강기 유지보수 용역업체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어느 단지의 승강기 6대를 교체공사 할 때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3개 회사의 승강기 교체 단가가 비싸다 하여 제3의 업체를 선정해서 공사를 한 일이 있었다. 그 때 공사를 하면서 준공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금도 아쉬운 점들이 남았던 것은 후에 ‘현대E/L’ 제품 교체공사를 하면서 몇 번의 세밀한 검사 과정을 지켜보며 승강기 제조회사들을 다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주택 관리업체가 승강기 보수업체를 개업하여 운영한다고 하니 은근히 걱정이 되는 일이다. 승강기를 다루는 기사들의 저임금으로 인한 빈번한 이직, 아직 정립되지 못한 기사들의 전문성 결여, 난립한 업체 경쟁 속의 거리상 즉각적 처리 미비 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승강기 사고는 당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리고 승강기 사고는 정지되어 안에 갇혔거나 밖에서 타지 못할 때 민감한 반응이 일어나는 민원이다. 만약 위탁관리라면 위·수탁 관리 계약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받는, 그래서 노후한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을 하게 되면 승강기 관리에 대하여 엄청난 스트레스와 함께 고장 여부를 살피게 되는 업무인 것이다.
1988년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근무 중이던 아파트에서 ‘금성산전’ 제품인 1동 2호기 승강기가 정지되었다는 민원을 접수했는데 우선 ‘금성산전’ 강남지점에 신고를 하여 약 30분 정도 기다리니 기사가 왔다. 상당한 시간이 되었는데도 승강기가 움직이지 않는다. 버튼 고장이면 즉시 수리가 되는데 경비한테 물어보니 옥상을 몇 번 오르내리는데 승강기가 움직이지 않아 어떤 주민은 참다 못해 걸어 올라갔다고 했다. 얼른 옥상으로 올라가 옥상 양쪽 출입문을 개방하고 고층 세대는 1호기를 사용해 올라가 계단으로 내려가도록 경비원을 세워 안내했다. 일단 한숨을 돌리고 나니 그제야 승강기 기사가 관리소로 나를 찾아와 옥상 기계실 릴레이가 고장인 것 같은데 고칠 자신이 없다고 하고 돌아갔다. (예전에는 1호기당 약 30개에서 40개의 릴레이가 접속되어 운행되었다.) 퇴근시간은 돌아오는데 속이 타 냉수 한 컵을 마시고 있는데 마침 ‘금성산전’ 전 ○○○ 과장이 찾아왔다. 각 관리하는 단지마다 순회를 하는 중이라 했다. 나는 상황이 급박한지라 다른 이야기를 할 계제가 아니기에 기사가 한 말을 전해주고 승강기가 오래 정지된 채로 있음을 알려 주었다. 듣자마자 가방을 든 채로 나가더니 얼마 안 있어 그가 들어 왔다. 승강기가 정상 운행된다는 것이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 대답인즉 옥상 기계실 1동 2호기 해당 릴레이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는 것이다. 기사가 찾지 못한 고장 난 릴레이를 단번에 찾아내 교체한 것이 아닌가! ‘아, 이것이 경험이로구나!’ 그 때 느낀 것이다.
입주자들은 이러한 기술적인 속 사정은 잘 모른다. 또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승강기가 고장이 나지 않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입주자들은 관리주체를 향하여 관리를 잘 한다고 칭찬을 하는 것이고 아니면 민감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관리소에 쳐들어 오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도 관리주체의 이런 난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이 관리주체의 몫이고 보니 솔직한 고백으로 대당 유지보수비가 약간 비싸다 할지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를 선호하게 된다. E/L 보수업체가 증가되어 경쟁으로 대당 단가가 낮아지고 인명과 관련된 승강기 관리가 혹시 소홀하게 된다면 과연 어찌 되는 것인가? 안전한 것인가?
관리주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에게 반문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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