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덕에 남산가는 길이 편해졌어요
서울 남산도서관 앞에는 소월길과 후암동을 잇는 일명 ’90계단’이 있다. 어마어마한 높이의 계단이 다리가 약한 노인이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공포의 난코스가 아닐 수 없는데 그러나 얼마 전 용산구가 주민 편의를 위해 계단 옆에 엘리베이터와 전망대를 설치하면서 이 공포의 코스는 즐거운 산책로가 되었다. 엘리베이터 하나로 큰 행복이 만들어진 그 현장에 다녀왔다.
■ 글 / 이연서 (시민기자)
주민 의견으로 설치된 엘리베이터
눈으로 보기에도 가파른 경사길. 후암동 주거지역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는 통로인 90계단은 경사가 37.5도에 이른다. 이전에는 이곳에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노약자나 장애인을 포함한 주민들이 오가기에 불편함이 컸다. 눈이나 비라도 오는 날이면 미끄러질까봐 한 쪽 손으로는 젖은 난간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짐과 우산을 받쳐들고 이 계단을 올라야 했다.
때문에 계단을 이용하기 힘든 이들은 인근에 있는 용산도서관까지 돌아가서 그 안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5층으로 올라가서는 다시 이곳으로 걸어 올라가곤 했다. 그나마도 용산도서관이 닫혀 있는 날에는 이용할 수 없는 일.
“용산도서관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자주 이용하기는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길을 아예 기피하게 됐어요. 이제는 이 엘리베이터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아껴 써야지요.”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암동 주민 할머니의 말이다. 이 계단 때문에 그 동안 남산 산책도 많이 못 다녔는데 이제는 걱정 없이 이 길을 오가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기자에게까지 머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소월길 급경사지 정비 사업’은 지난 2012년 5월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동 현안 현장 소통 때 한 주민의 건의로 제기되었다. 해방촌 오거리에서 소월길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너무 불편하니 휠체어나 유모차가 올라갈 수 있도록 교체해달라고 건의한 것이 받아들여졌고 용산구는 주민과 합심해 예산 14억8,000만원을 따내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2013년 2월 공사를 발주해 올 1월 25일 준공에 이르렀다.
소중한 승강기 아껴 쓰는 주민들
이곳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15인승으로 폭 4m, 길이 26m의 보행교와 후암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한 유리 외벽의 전망대도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러 온 이들은 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에 탄성을 지르며 높이에 아찔한 듯 눈을 찔끔 감기도 했다. 약 5분 동안 서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승객수를 세어보니 족히 20명은 되는 듯 보였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엘리베이터가 적소(適所)에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편리한 엘리베이터를 놔두고 힘들게 계단을 오르고 계신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승강기에 무슨 불편함이라도 느끼신 걸까. 다리가 불편하신지 ‘쉬었다’ ‘올라오다’를 반복하며 어렵고 올라오신 할머니께 그 연유를 여쭸다.
“승강기 이용에 혹시 불만족 사항이 혹시 있으신가요?”
“아유~ 그런 소리 말아요. 일부러 운동하려고 그러지. 못 걷게 될까봐.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 가요. 남산에 올라가서 산책하려고 해도 계단 오르내리다가 힘들어서 못 가요. 계단은 내려가는 게 더 힘들거든. 올라가는 것은 그냥 이렇게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가고 내려올 때 엘리베이터를 타요.”
이 지역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보물처럼 아끼는 눈치다. 노인뿐 아니라 바로 앞 남산도서관을 오가는 아이들과 젊은 청년들이 이용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남산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데 교복 입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많이 불편했다고 한다. 이제는 치마 신경 쓰는 일 없이 엘리베이터로 편안하게 올라올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불편함이 컸기에 승강기의 고마움을 더욱 실감하는 사람들. 어렵게 생긴 만큼 소중하게 아껴 써야 된다고 다짐하던 한 할머니의 말씀처럼 승강기 하나하나를 이렇게 가치 있게 여기고 소중히 여기며 아껴 쓴다면 승강기 안전은 뒤따라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만간 이 전망대 엘리베이터는 남산의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 잡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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