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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주인공, 그러나 빛나지 못한 영화 속 이야기 <블랙코드>

빛나는 주인공, 그러나 빛나지 못한 영화 속 이야기

 <블랙코드>

 

 

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는 해킹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영화 「블랙코드」(Blackhat, 2015)이다. 우리나라엔 아직 미개봉 상태지만 영화 속 자주 등장하는 에스컬레이터 추격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글 이동희(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서울동부지원장) 사진 네이버영화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블랙햇(Blackhat)」. 블랙햇(Blackhat)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의적으로 해킹을 하는 나쁜 해커를 뜻하는 말로 한국에서는 ‘블랙코드’로 번역됐다. 「토르」의 크리스 헴스워스(니콜라이 해서웨이 역)와 탕웨이(첸 다와이의 여동생 역)가 주연을 맡아 제작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영화지만, 애석하게도 북미 흥행에 참패했다.

 

 

[영화의 줄거리]
해킹에 의해 중국의 핵발전소가 파괴되는 사고가 일어나고 중국당국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인민군 사이버 대응팀의 전문가 황리 홍(첸 다와이 역)을 파견한다. 그러나 연이어 선물시장까지 해킹이 되어 곡물파동이 일어나며 사면초가에 빠지는 대응팀. 보안전문가 황리 홍(탕웨이 오빠 역)은 네트워크 전문가 동생에게 도움을 청하고 해킹에 사용되었던 소스가 자신이 대학시절 호기로 만들었던 코드임을 알아채고 사건 해결을 위해 룸메이트였던 코드 설계자 해서웨이를 감옥에서 꺼내준다. 해서웨이는 진범을 잡게 되면 감형해달라는 조건을 걸고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해서웨이의 노력으로 실마리를 잡았으나 미국 국토교통부의 슈퍼컴퓨터를 빌려야 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핵발전소에서 간신히 입수한 파일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해서웨이의 해킹범죄 전력을 문제 삼아 협조를 거부하고, 급기야 해서웨이는 암묵적인 승인아래 해킹으로 파일을 복원하고 간신히 단서를 풀어낸다. 하지만 해킹했던 내용이 발각되어 오히려 미 정부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중국 당국의 협조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실마리를 찾아 테러범에게 접근하는 해서웨이, 하지만 오히려 적들의 공격으로 룸메이트와 FBI 캐롤 바렛 수사관을 잃고 테러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테러범들을 피해 지하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에스컬레이터 위를 손잡이도 잡지 않고 뛰게 되는 두 주인공, 오늘의 장면은 여기다. 두 주인공은 서로의 손은 잡았지만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고 황급히 뛰어 내려간다.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의 설정 상 추격 장면에서 뛰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위라는 것이 문제다. 추격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에스컬레이터. 과연, 에스컬레이터는 무엇인가? 최근에 에스컬레이터의 이용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가 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선진국의 미덕이라는 미명하에 급한 사람들이 먼저 걸어갈 수 있도록 ‘한 줄로 타기’를 적극 홍보하였다. 이에 2007년에 이에 상응하는 키워드로 두 줄타기를 끄집어내며 올바른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에 대한 홍보를 시작했는데, 정작 중요한 포인트는 놓치고 한 줄이 맞느니, 두 줄이 맞느니 하는 소모적인 논쟁만을 거듭했다. 본질이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말자는 것임에도 말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사람이 걸어 올라가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자동계단이다. 제조 단계부터 걷거나 뛰기 위한 발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마치 계단이나 러닝머신처럼 그 위를 걷고 뛰어 다닌다. 혹자는 ‘걷고 뛰어 다녀도 문제가 없도록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논리다. 모든 물건은 사용에 맞는 목적이 있다. 에스컬레이터는 에스컬레이터의 용도에 맞게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이용하자. 손잡이 잡고 타기, 걷거나 뛰지 않기, 노란 안전색 안에 탑승하기 등을 지키면서 말이다. 추격전을 벌이다가도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는 걷거나 뛰지 않고 얼음처럼 정지하는 모습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정녕 볼 수 없단 말인가?

 

 

 

 

 

만인의 연인, 탕웨이

 

영화의 흥행이 실패한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연인으로 설정된 두 주인공의 조합이 문제로 많이 지적되고 있다. 그냥 봐도 썩 어울리지 않는 물과 기름 같은 어색함, 현빈과 탕웨이의 「만추」로 인상 깊었던 관객들에겐 이런 조합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색계」로 일약 세기적인 여배우로 발돋움한 탕웨이, 이후 여러 작품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그녀이지만, 이번 영화는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미스 캐스팅으로 인한 부조화가 영화의 실패를 부르고 만 것이다. 하지만 탕웨이의 진정한 팬이라면,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탕웨이가 여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으로 시집온 그녀인지라 훨씬 친근감이 느껴진다. 만인의 연인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버린 그녀지만 팬들에게는 아직도 만인의 연인이다.

 

 

최고의 작품은 다작이기 어렵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요즘 한동안 시끄러웠던 사이버 범죄 및 해킹에 관련된 내용이 떠오르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주요 공공기관의 서버가 장기간 노출되고, 심심치 않게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정보보안은 매일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가 사이버 범죄로 인한 해킹과 그에 따른 추적 등을 다루고 있기에 그에 따른 경각심을 심어 주기엔 충분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만든 마이클 만 감독은 주로 범죄 액션 장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감독으로 정평이 나있다. 전성기적 작품 「히트」가 대표적인 그의 걸작이다. 하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메뚜기도 한철이고, 인생에서의 한때가 있는 것처럼 최고의 작품이 고구마 캐듯이 줄줄이 나오지 않는 것은 세상의 이치인 듯하다. 모든 사람에게 한때가 있고 왕년에 내가 잘 나간 부분들을 자랑삼아 이야기 하곤 한다. 드물게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평생 두세 번을 넘지 않는다고 하니, 지금의 현실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 듯하다. 그렇지만, 꿈과 이상은 항상 최고의 작품을 지향하듯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